1. 유전 질환이란? 왜 부모에게서 자녀에게 전달될까?
유전 질환은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유전자의 변이를 통해 전달되는 질병을 의미한다. 우리 몸의 모든 특징은 DNA 속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며,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나 이상이 생기면 특정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사람은 부모로부터 각각 절반씩 유전자를 물려받기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이 이상이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자녀에게도 전달될 가능성이 생긴다. 하지만 모든 유전 질환이 무조건 자녀에게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질환은 특정한 조건에서만 나타나고, 어떤 질환은 부모 모두가 특정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야만 발병한다.
유전 질환은 크게 단일 유전자 질환, 다인자 유전 질환, 염색체 이상 질환으로 나눌 수 있다. 단일 유전자 질환은 특정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대표적인 예로 헌팅턴병과 낭포성 섬유증이 있다. 다인자 유전 질환은 여러 개의 유전자가 상호작용하여 나타나는 질환으로, 당뇨병이나 심장병이 여기에 해당한다. 염색체 이상 질환은 전체 염색체의 개수나 구조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며, 다운증후군과 같은 질환이 대표적이다.
2. 유전 질환이 전달되는 방식: 우성과 열성의 법칙
유전 질환이 자녀에게 전달되는 방식은 멘델의 유전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 이때 중요한 개념이 우성(dominant)과 열성(recessive) 이다. 우성 유전자란 하나만 있어도 그 특성이 발현되는 유전자를 말하며, 반대로 열성 유전자는 같은 열성 유전자가 두 개 있어야만 특성이 나타난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상염색체 우성 유전 질환, 상염색체 열성 유전 질환, X-연관 유전 질환으로 나뉜다.
- 상염색체 우성 유전 질환: 부모 중 한 명에게만 변이 유전자가 있어도 자녀에게 발병할 확률이 높다. 대표적인 예로 헌팅턴병이 있으며, 이 병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중년 이후에 발병하여 점진적으로 신경 기능이 손실되는 특징이 있다.
- 상염색체 열성 유전 질환: 부모 모두가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야만 자녀에게 나타나는 질환이다. 낭포성 섬유증이나 겸상 적혈구 빈혈증이 이에 해당하며, 이러한 질환들은 부모가 보인자인 경우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두 개의 열성 유전자가 만나면 질병이 발현된다.
- X-연관 유전 질환: 성염색체인 X 염색체에 이상이 있을 때 발생하는 유전 질환이다. 남성(XY)은 X 염색체에 이상이 있으면 바로 질병이 발현되지만, 여성(XX)은 보인자로 남거나 증상이 덜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혈우병과 적록색맹이 있다.
3. 돌연변이와 유전 질환: 유전자는 어떻게 변할까?
유전 질환은 단순히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것뿐만 아니라,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돌연변이는 DNA에 예기치 않은 변화가 일어나면서 유전자 정보가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으며, 방사선, 특정 화학물질, 바이러스 감염 등의 환경적 요인에 의해 생길 수도 있다.
돌연변이로 인해 생기는 유전 질환 중 하나가 프로테우스 증후군이다. 이 질환은 부모로부터 유전된 것이 아니라 수정란이 분열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변이가 생겨 발생하는 질병이다. 또 다른 예로는 마르판 증후군이 있으며, 이 질병은 결합 조직의 이상을 초래하여 심장, 혈관, 눈, 골격계에 영향을 미친다.
돌연변이로 인해 생긴 유전 질환은 대개 치명적이지만, 일부는 생존에 유리한 특성을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겸상 적혈구 빈혈증이다. 이 병을 가진 사람들은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 말라리아가 흔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이처럼 돌연변이는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때때로 생물학적 적응의 과정이 될 수도 있다.
4. 유전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할 방법은 없을까?
현재 유전 질환을 완전히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은 어렵지만, 과학이 발전하면서 점점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가 유전자 치료이다. 유전자 치료는 문제가 있는 유전자를 정상적인 유전자로 교체하거나, 잘못된 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CRISPR 같은 유전자 편집 기술이 발전하면서 특정 유전 질환을 치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산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태아가 특정 유전 질환을 가질 가능성을 미리 확인할 수도 있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유전 질환이라면 임신 전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검사를 통해 태아의 건강을 미리 예측하고, 조기 치료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희귀 유전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제약회사들은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여러 나라에서는 희귀 질환 치료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희귀질환 의약품법(Orphan Drug Act)을 통해 제약회사들에게 연구비 지원을 하고 있으며, 한국도 희귀 질환 환자를 위한 국가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유전 질환은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전달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그 원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더 많은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앞으로 연구가 더 활발해지고 기술이 발전한다면, 지금까지 치료법이 없던 유전 질환도 정복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희귀 유전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꾸준한 연구와 지원이 계속되길 기대해본다.